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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줄거리, 배경, 총평

by charlottemj 2026. 9. 8.

 무더운 여름, 마음까지 데워줄 소설 한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입니다. 참고로 이 책은 배우 박정민이 세운 출판사 '무제'에서 펴낸 작품으로, 저자는 소설가 김금희입니다. 박정민 대표는 이 소설을 기획·출간한 출판인으로,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책으로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손열매는 성우로 일하다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고, 설상가상으로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의 고향인 완주 마을까지 찾아가게 됩니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열매는 수미 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수미 어머니는 마을에서 합동 장의사 겸 매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매는 그 매점을 지키며 완주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기 시작합니다.
외계인처럼 신비로운 청년 '어저귀' 강동경, 춤은 좋아하지만 슬픈 이야기는 질색하는 옆집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브르종 반려견 샤넬과 함께 은둔 중인 배우 정애라까지, 완주 마을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살아갑니다. 열매는 이들과 다투기도 하고 서로를 챙기기도 하면서 여름 한 철을 보내고, 조금씩 생기를 되찾아 갑니다. 여러 사건을 거쳐 결국 열매는 완주를 떠나지만, 이곳에서 얻은 연대와 위로의 경험 덕분에 남은 삶을 잘 살아낼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소설 말미, 열매가 오디션장에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자크 프레베르의 시 한 편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힙니다.

 

배경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집필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 『첫 여름, 완주』는 애초에 오디오북으로 먼저 만들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쓰인 작품입니다. 박정민 대표가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첫 책을 보여드릴 수 없었던 경험에서 출발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종이책이 나온 뒤 오디오북이 뒤따르는 일반적인 순서를 거꾸로 뒤집어, 오디오북이 먼저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기증된 뒤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소설의 문체도 독특합니다. 대본처럼 인물 간의 대화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소리와 리듬, 숨소리 같은 청각적 묘사가 서사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합니다. 보통의 소설이 시각적인 장면 묘사에 공을 들인다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들었을 때'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설계된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대사 하나하나의 리듬감이 살아 있고, 인물들의 말투와 사투리까지도 생생하게 귀에 감기는 느낌을 줍니다.
오디오북 녹음에는 고민시, 염정아, 배성우, 김의성, 김도훈, 최양락, 박준면, 류현경 등 여러 배우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해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입혔다고 합니다. 종이책 출간에 앞서 오디오북이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먼저 기증되었고, 이후 정식으로 북토크와 낭독회가 이어지며 시각장애인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되었습니다. 작가 김금희는 한 강연에서 자연을 겉모습이 아니라 속까지 파고들어 안온한 느낌을 최대한 전하려 애썼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 정성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완주라는 시골 마을의 여름 풍경, 매점을 스치는 바람, 장맛비 소리 같은 디테일들이 인물들의 감정선과 촘촘히 맞물려 있는 것도 이 소설의 큰 매력입니다.

 

총평

 

『첫 여름, 완주』는 화려한 사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설입니다. 절망을 과장하지도, 희망을 손쉽게 이야기하지도 않으면서 인물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 냅니다. 제목의 '완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 이름이면서 동시에 열매가 자신의 회복을 완성해 간다는 중의적 의미로도 읽힙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읽는 글'을 넘어 '들리는 이야기'를 지향했다는 기획 의도 자체가 인상적입니다. 누군가를 책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는 걸 알고 나면, 대사와 지문이 살아 있는 특유의 문체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거창한 반전이나 극적인 사건 대신, 낯선 사람들이 서로에게 곁을 내주는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 큰 위로를 만들어 내는 구조도 이 소설만의 미덕입니다.
특히 완주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결핍을 굳이 캐묻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곁을 내주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상처를 요란하게 치유하려 들지 않고, 그저 함께 여름을 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조금씩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조용히 보여 줍니다. 열매가 완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쌓은 시간이 결국 그를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독자 역시 어느새 함께 위로받는 기분이 듭니다. 무더운 여름날, 지친 마음을 다정하게 다독여 줄 이야기를 찾는 분이라면 『첫 여름, 완주』를 꼭 한번 만나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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