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리고 십 년 만의 재회.캐서린 아이작의 장편소설 『유 미 에브리씽(You Me Everything)』은 2018년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모으며 무명이었던 작가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제2의 『미 비포 유』'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실제로 조조 모예스의 그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줄거리
주인공 제스는 영국에서 열 살 아들 윌리엄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입니다. 어느 여름, 제스와 윌리엄은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아름다운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고성 호텔, 샤토 드 로시뇰로 휴가를 떠납니다. 그런데 이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윌리엄의 친아버지 애덤. 제스와 십 년 전 연인 사이였지만, 아들의 양육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삶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제스가 이 낯선 재회를 감수하면서까지 프랑스행을 결심한 데는 단순한 휴가 이상의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제스의 어머니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손자와 그 아버지의 관계만큼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이어주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제스는 윌리엄과 애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여름 한 철의 '친해지기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따스한 햇살과 포도밭의 풍경 속에서 부자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지만, 정작 제스 자신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십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제스와 애덤 사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습니다. 한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애덤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외면한 채 떠나버린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들 윌리엄이 조금씩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고, 호텔에서의 여름날들이 쌓여가면서 제스 역시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동시에 어머니의 병세는 점점 깊어지고, 제스가 감추고 있던 비밀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을 향해 다가갑니다.
배경과 설정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도르도뉴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입니다. 굽이치는 언덕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고성을 개조한 호텔이라는 이국적인 배경은 이야기 전체에 낭만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단순한 여행지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관계 회복이 이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이 작품은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의 경계를 오가면서도, 그 중심에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놓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병, 오랫동안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 그리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가벼운 로맨스 소설로만 소비되지 않는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제스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이야기 후반부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면서, 단순한 재회 서사를 넘어서는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인물 구성에서도 눈여겨볼 지점이 많습니다. 애덤은 흔히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매력적이지만 무책임한 인물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역시 나름의 사정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온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제스 또한 강인한 싱글맘이라는 표면적인 모습 뒤에, 스스로도 인정하기 힘든 죄책감과 두려움을 감춘 채 살아온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렇듯 인물들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저마다의 결핍과 사연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면서, 독자는 누구 한쪽에게도 완전히 이입하거나 반대로 완전히 등을 돌리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화 정보
『유 미 에브리씽』은 전 세계 24개국에 번역 출간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도 추진되었습니다. 라이언스게이트가 제작을 맡고 소피 브룩스 감독이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원작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라면 영상화 소식에도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총평
『유 미 에브리씽』은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사랑과 가족, 그리고 용서에 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낸 소설입니다.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병든 어머니와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라는 현실적인 무게를 함께 담아내면서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여운을 남깁니다. 프랑스의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성장과 화해의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제스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책장을 놓지 못하게 됩니다.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