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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부부』 줄거리, 배경 및 설정, 총평

by charlottemj 2026. 10. 27.

 황보름 작가의 『윗집 부부』는 2026년 6월에 출간된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첫 장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전 세계 50개국에 번역되었고, 일본어판은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 『윗집 부부』는 그로부터 4년 만에 나온 신작이라 출간 전부터 많은 독자의 기대를 모았다. 이번 글에서는 줄거리와 배경, 그리고 총평을 차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줄거리

 

 주인공은 70대의 오경직이다. 사립 고등학교에서 시설 관리 일을 하다 퇴임한 뒤 이런저런 일을 거쳐 완전히 은퇴한 그는, 가정을 야무지게 돌보는 아내 화정과 무난하게 자란 두 자녀 덕에 크게 복잡할 것도 고민스러울 것도 없는 삶을 살아왔다. 세상일에 머리부터 들이받듯 살아온 오랜 친구 항구와는 사뭇 다른 인생이다. 그런 그에게 요즈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두 가지다. 1년 만에 다시 말썽을 일으킨 자신의 심장, 그리고 좀처럼 반등할 줄 모르는 대한민국의 출산율이다.
그의 윗집에는 봄과 가을이라는 젊은 부부가 산다. 쉽지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서로에게 구원자가 되어 준 이들이다. 세상만사가 못마땅한 아랫집 노인은 이 부부의 삶에 점차 끼어들게 되고, 세대도 처지도 다른 이웃들은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변해 간다. 작품은 이 느리고 사소한 변화를 따라가면서, 개인의 하루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세대 갈등과 노동의 현실, 저출생 문제로 자연스럽게 번져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배경 및 설정

 

 소설의 배경은 극심한 저출생과 초고령화에 직면한 오늘의 한국 사회다. 이 설정은 거창한 담론으로 제시되지 않고, 아파트의 아랫집과 윗집이라는 가장 가까운 공간을 통해 구체화된다. 층간의 거리는 물리적으로는 짧지만 서로를 모른 채 살면 한없이 먼 거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 익숙한 구조를 세대 사이의 간격에 겹쳐 놓았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저출생을 숫자가 아닌 삶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취지로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그 의도에 걸맞게 봄, 가을 같은 자연에서 가져온 이름이 인물에게 붙어 있다. 한국 소설에서 남자 노인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이 작품의 특별한 지점이다.

 

총평

 

『윗집 부부』는 큰 사건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극적인 갈등 대신 사람 사이의 작은 접촉이 놓여 있다.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고, 서로의 사정을 조금씩 알아 가는 장면들이 쌓이면서 독자는 어느새 인물들의 삶 가까이에 앉아 있게 된다. 전작이 상처 입은 개인들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느슨하게 연대하며 위로받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그 위로의 범위를 사회로 넓혔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이 이 작품에 '소셜 필굿'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소설의 미덕은 무거운 주제를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세대 갈등, 노동의 문제는 자칫 설교나 통계로 흐르기 쉬운 소재다. 그러나 작가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누구를 훈계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젊은 세대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년 세대를 같은 지면에 나란히 세워 놓고 각자의 사정을 충분히 들려준다. 그래서 독자는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 양쪽의 삶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 이 균형감각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는 점에서 소설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역할처럼 느껴진다.
오경직이라는 인물의 설정도 인상적이다. 그는 완고하고 불평이 많아 처음에는 다소 불편한 인물로 다가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외로움과 불안, 그리고 누군가에게 쓸모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나둘 드러난다. 은퇴 후 자신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는 감각은 많은 독자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가 젊은 부부와 맺는 관계는 일방적인 도움이나 훈수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교환에 가깝다. 소멸이 너무나 쉬운 시대에 관계가 사람을 붙들어 준다는 메시지는 과장되지 않은 채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문장은 전작처럼 따뜻하고 읽기 쉽다.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고, 갈등이 비교적 부드럽게 해소된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치고는 지나치게 다정하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다정함은 현실을 외면한 낙관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뒤에도 사람에게 기대를 거두지 않겠다는 작가의 선택으로 읽힌다. 바로 그 선택이 『윗집 부부』를 위로의 소설이자 시대의 소설로 만든다.
결국 이 책은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이웃의 이름도 모르고 지내는 일에 익숙해진 독자, 세대 간의 대화가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독자, 그리고 『휴남동 서점』의 온기를 다시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위층과 아래층, 그리고 옆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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