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소개할 책은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입니다. 2008년 출간 이후 청소년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작품으로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성장 서사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도완득은 고등학교 2학년, 옥탑방에서 아버지, 그리고 지적 장애가 있는 삼촌과 함께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카바레에서 춤을 추며 생계를 잇는 인물로, 완득이는 그런 아버지가 부끄럽고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런 완득이의 유일한 소망은 그저 존재감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담임교사인 이동주, 일명 '똥주'는 그런 완득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퍼붓고, 옥탑방 바로 아래층에 살며 사사건건 참견하는 통에 완득이는 매일 속으로 똥주를 향해 저주를 퍼붓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똥주는 완득이에게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전합니다. 베트남에서 온 친어머니가 살아 있으며, 완득이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얼굴도 모르고 살아온 어머니의 존재는 완득이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습니다. 혼란스러운 나날 속에서 완득이는 킥복싱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필요했을 뿐이지만, 링 위에서 땀을 흘리며 완득이는 조금씩 스스로와 마주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자신을 끊임없이 들쑤셔 놓던 똥주가 사실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도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배경과 설정
이야기의 배경은 다문화 가정, 장애, 빈곤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현실들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이를 무겁게 짓누르듯 다루지 않고, 완득이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옥탑방이라는 좁고 허름한 공간, 다세대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풍경은 완득이가 발 딛고 선 현실을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인물들의 관계망입니다. 완득이를 둘러싼 아버지, 삼촌, 똥주,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어머니까지, 저마다 결핍을 안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서는 모습이 이 작품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똥주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좋은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런 투박함이 완득이와의 관계를 더 진솔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이 소설은 다문화 가정 자녀,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쉽게 소외되곤 하는 존재들을 조명하면서도, 이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납작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완득이의 어머니가 겪었을 낯선 타국에서의 삶, 아버지와 삼촌이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의 존엄을 지닌 개인으로 그려지며, 독자로 하여금 편견 없이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듭니다.
영화화 정보
『완득이』는 2011년 이한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배우 유아인이 완득이 역을, 김윤석이 똥주 역을 맡아 원작 특유의 유머와 정서를 스크린에 설득력 있게 옮겨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소설 속 문장으로만 그려지던 옥탑방과 골목, 체육관의 풍경이 영상으로 구현되며 원작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또 다른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개봉 당시 관객들의 호평 속에 흥행에도 성공하며, 소설과 영화 모두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총평
『완득이』를 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결핍과 소외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득이가 내뱉는 퉁명스러운 독백들은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을 콕 찌르는데, 그 균형감이야말로 김려령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지점입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누군가를 구원하는 것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곁에서 끈질기게 관심을 놓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똥주가 완득이에게 그러했듯, 완득이 역시 링 위에서 스스로를 다잡으며 조금씩 세상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화해해 나갑니다.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다가도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보기 드물게 균형 잡힌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틀을 넘어 어른이 읽어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혹은 누군가를 향한 오해와 편견을 돌아보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