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 후버의 『베러티(Verity)』는 2018년에 발표된 로맨틱 스릴러 소설이다. 『It Ends with Us(우리가 끝이라 해도)』 등 감성적인 로맨스로 이름을 알린 작가가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내놓아 화제가 되었고, 틱톡 등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속도감과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불편한 여운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호불호와 열광이 동시에 일어난 작품이다.

줄거리
주인공 로웬 애슐리는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무명작가이다. 어머니를 잃은 직후 집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그녀는, 어느 날 뉴욕 거리에서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제러미 크로퍼드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제러미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러티 크로퍼드의 남편으로, 교통사고로 의식과 의사소통 능력을 잃은 아내를 대신하여 미완성으로 남은 시리즈를 끝맺어 줄 작가를 찾던 중이었다. 로웬은 파격적인 조건의 제안을 받아들여 크로퍼드 가의 외딴 저택으로 향한다.
원고 작업을 위해 베러티의 서재를 뒤지던 로웬은 우연히 한 편의 원고를 발견한다. 그것은 출간을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베러티의 자전적 기록이었고, 그 안에는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대한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다. 로웬은 읽어서는 안 될 글임을 알면서도 한 장 한 장 빠져들고, 한편으로는 병상에 누운 베러티를 곁에 두고 제러미에게 점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원고가 기괴한 소설적 상상에 불과한지, 아니면 실제로 벌어진 일의 기록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로웬의 의심과 불안은 갈수록 짙어진다.
배경과 설정
이야기의 무대는 현대 미국이며, 크게 두 공간이 대비를 이룬다. 하나는 로웬이 살아가던 뉴욕의 팍팍한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와 단절된 듯한 크로퍼드 가의 저택이다. 고립된 대저택, 말을 하지 못하는 병상의 인물, 그리고 곳곳에 놓인 의심스러운 단서들은 고딕 스릴러의 전통적인 장치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것이다.
작품의 구조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소설은 로웬의 1인칭 시점과 그녀가 읽어 내려가는 베러티의 자전적 원고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독자는 로웬과 같은 위치에서 원고를 읽게 되고, 그 글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즉 이 작품은 사건 자체의 반전보다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라는 신뢰의 문제를 핵심 장치로 삼고 있다. 제목인 ‘Verity’가 '진실'을 뜻한다는 점 역시 이러한 주제를 아이러니하게 드러낸다.
영화화 정보
『베러티』는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영화로 제작하였다. 베러티 역에는 앤 해서웨이, 로웬 역에는 다코타 존슨, 제러미 역에는 조쉬 하트넷이 캐스팅되었다. 연출은 해서웨이와 함께 『아이디어 오브 유』를 작업한 마이클 쇼월터가 맡았고, 각본은 닉 안토스카가 작가 콜리 후버와 함께 썼다. 소설의 모호한 분위기와 심리전을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했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총평
『베러티』의 가장 큰 미덕은 몰입감이다. 문장은 간결하고 호흡이 짧으며, 장마다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장치가 배치되어 있어 두꺼운 분량임에도 손을 놓기 어렵다. 특히 로웬이 원고를 읽을 때 독자 또한 함께 읽는다는 구조는 독서 경험 자체를 이야기의 일부로 만든다. 독자는 관찰자가 아니라 공범에 가까운 위치에서 불편한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인물의 도덕적 모호함에 있다. 로웬은 선한 주인공이라 하기 어렵다. 그녀는 남의 원고를 몰래 읽고, 병상에 누운 이의 남편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자신의 이익과 감정 앞에서 자주 흔들린다. 제러미 역시 한 면만으로 규정되지 않으며, 베러티는 말이 없음에도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감각이 이야기의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는 동력이다. 결말 또한 단정적인 해답을 건네기보다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어, 책을 덮은 뒤에도 누구의 말이 진실이었는지를 두고 오래 곱씹게 만든다. 이 열린 해석의 여지가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토론을 낳은 이유일 것이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지점도 분명하다. 작품에는 아이의 죽음을 비롯하여 불편한 소재와 비교적 수위 높은 성애 묘사가 포함되어 있어, 이러한 내용에 민감한 독자라면 사전에 염두에 두고 읽는 편이 좋다. 또한 문학적인 깊이나 문체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자극적이고 통속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애초에 속도감과 반전, 감정의 흔들림으로 승부하는 장르 소설이며, 그 목적에서는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종합하면 『베러티』는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되는 심리 스릴러이자, 읽은 뒤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로맨스 작가로 알려진 콜리 후버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보여 준 과감한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서늘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반전과 해석의 여지가 있는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