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1862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장 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분량이 방대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고전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왜 160년 넘도록 전 세계에서 읽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비참한 사람들', 혹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줄거리
주인공 장 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감옥에 갇힙니다. 탈옥을 시도하다 형량이 늘어나 무려 19년을 복역하고 나서야 세상에 나오지만,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어디서도 받아 주는 곳이 없습니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그에게 유일하게 문을 열어 준 사람이 미리엘 주교입니다. 장 발장은 은식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히는데, 주교는 그를 벌하는 대신 은촛대까지 내어주며 감싸 줍니다. 이 뜻밖의 용서가 장 발장의 삶을 뿌리째 바꿔 놓습니다.
이후 그는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며 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릅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를 끝까지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이 있고, 불행한 여인 팡틴의 딸 코제트를 맡아 키우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 큰 소용돌이로 나아갑니다. 코제트와 청년 마리우스의 사랑, 그리고 혁명의 격랑 속에서 장 발장은 끝없이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법과 정의, 용서와 사랑 중에서 나는 무엇을 따를 것인가. 결말은 직접 읽으며 확인하시길 바라며 여기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배경과 설정
이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프랑스입니다. 나폴레옹 시대가 저물고 왕정이 복귀한 뒤, 혼란과 격변이 이어지던 시기입니다. 소설은 1815년 무렵에서 시작해 1832년 파리에서 일어난 6월 봉기까지 이어집니다. 산업화의 그늘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렸고, 힘없는 여성과 아이들은 착취당했으며, 법은 약자에게 더 가혹했습니다.
위고는 이 시대를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습니다. 워털루 전투, 파리의 하수도, 수도원, 바리케이드가 세워진 거리까지 방대한 역사와 사회 이야기를 곳곳에 펼쳐 놓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 흐름이 잠깐 끊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긴 여담들이 결국 '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나는가'라는 소설의 질문을 더 깊게 만들어줍니다. 위고 자신이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작가였고, 그 시선이 작품 전체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영화화 소식
『레 미제라블』은 소설로 그치지 않고 영화와 뮤지컬, 드라마로 수없이 재탄생했습니다. 1980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뮤지컬은 198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영국판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2012년 영화는 톰 후퍼 감독이 연출했고, 휴 잭맨이 장 발장, 러셀 크로우가 자베르를 연기했습니다.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고, 팡틴 역의 앤 해서웨이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1998년 리암 니슨이 장 발장을 맡은 영화가 있고, 영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시리즈도 있습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각 작품마다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떤 부분을 덜어냈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영화나 뮤지컬을 먼저 보고 원작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총평
『레 미제라블』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회는 그 변화를 받아 줄 수 있는가'를 묻는 소설입니다. 장 발장은 단 한 번의 용서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지만, 그 뒤의 삶이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는 끊임없이 그의 발목을 잡고, 그는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착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값진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인물은 자베르입니다.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철저히 믿는 사람입니다. 그 믿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그리고 그 믿음이 흔들릴 때 한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장 발장과 자베르의 대립은 선과 악의 싸움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정의가 부딪히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분량은 분명 부담스럽습니다. 중간중간 이어지는 긴 묘사와 역사 이야기에 지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긴 여정을 지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남는 감동은 어떤 짧은 소설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랑, 용서, 희생, 자유 같은 큰 단어들이 이 이야기 안에서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선택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제대로 읽어 보고 싶었던 고전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한꺼번에 읽으려 하기보다 한 권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시길 바랍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빵 한 조각과 은촛대, 그리고 한 사람의 용서가 얼마나 멀리까지 닿을 수 있는지 오래도록 곱씹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