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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줄거리, 배경 설정, 영화, 총평

by charlottemj 2026. 9. 27.

 

 성소수자 딸을 둔 엄마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정상 가족'이라는 틀 바깥의 사람들을 어떻게 밀어내는지를 정직하게 묻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입니다. 화려한 사건 없이 담담한 문장으로 이어지지만, 다 읽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딸의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습니다. 딸과 딸의 연인이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되어, 잠시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겠다는 것입니다. 엄마는 딸이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이 '레인보우'라 불리는 여성 동성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마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딸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지내게 된 세 사람, 즉 엄마와 딸과 딸의 연인 '레인보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만 자꾸만 어긋납니다. 한편 엄마가 일하는 요양원에서는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인 '젠'이 있습니다. 젠은 자식도 없고 돌봐줄 가족도 없어 시설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처지인데, 엄마는 그런 젠을 보며 자신의 딸이 늙어서 홀로 남겨질 미래를 떠올리게 됩니다. 딸을 이해하지 못하던 엄마가 젠을 통해 조금씩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삶에도 존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소설의 중심을 이룹니다.

 

배경 설정

 

 이 소설은 두 개의 공간, 즉 '집'과 '요양원'을 오가며 전개됩니다. 집에서는 딸과 연인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의 불편함이, 요양원에서는 돌봄 노동의 열악한 현실과 소외된 노인의 존엄 문제가 나란히 펼쳐집니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두 이야기 같지만,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규정한 틀 밖에 있는 존재들, 즉 성소수자와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얼마나 쉽게 지워지고 배제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작가는 자극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화해 대신, 엄마의 내면을 1인칭 시점으로 촘촘하게 따라가며 그녀의 편견과 불안, 그리고 아주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딸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는 손쉬운 결말 대신, 여전히 서툴고 불완전한 채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결말이 오히려 이 소설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영화화 정보

 

『딸에 대하여』는 2022년 이미랑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배우 오민애가 엄마 역을, 임세미가 딸 역을 맡아 원작의 정서를 스크린으로 옮겼으며, 여러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소설의 담담한 문장이 영화에서는 절제된 연기와 카메라 워크로 표현되어,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또 다른 감상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총평

 

『딸에 대하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입니다. 엄마의 시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성소수자 딸을 둔 부모 세대의 불안과 편견을 가감 없이 마주하게 되지만, 동시에 그 편견이 어떻게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는지도 함께 목격하게 됩니다.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이 소설의 미덕입니다.
돌봄과 존엄,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 혹은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를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여운은 결코 짧지 않은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독자에게 손쉬운 감동이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불편한 마음,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찜찜함을 그대로 남겨둔 채 책을 덮게 만듭니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평소 얼마나 많은 존재들을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내며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고 나서 누군가와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그런 여운이 오래가는 작품입니다.
작가 김혜진은 담백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사회의 소외된 존재들을 조명해온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나 감상적인 장치에 기대지 않고, 인물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문학적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소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짧지만 단단한 이 소설을 통해, 우리 각자가 가진 '정상'에 대한 기준을 한 번쯤 되돌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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