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 한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려 할까." 누구나 한 번쯤 품어 보았을 이 질문을 가장 따뜻하고 애틋한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이다. 2006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과 후회,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자리하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 엘리엇 쿠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름난 소아외과 의사이다. 그는 직업적으로 성공했고 존경도 받지만, 사생활은 오래전에 멈추어 버린 사람처럼 쓸쓸하다. 가슴 깊은 곳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사랑했던 한 여인을 잃은 그날의 기억이다. 그는 그 일을 잊지도 극복하지도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그에게 의문의 알약을 건넨다. 이 약을 먹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현실주의자인 엘리엇은 처음에 이를 허황된 이야기로 여기지만, 결국 약을 삼키고 30년 전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젊은 날의 자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평생 후회로 남은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분투한다. 그러나 과거를 바꾼다는 것이 생각처럼 단순한 일은 아니다. 하나를 바로잡으면 다른 하나가 어긋나고, 그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결말에 이르러 소설은 독자에게 한 번 더 묵직한 질문을 건넨다.
배경과 설정
이야기는 현재의 샌프란시스코와 30년 전 과거의 샌프란시스코를 번갈아 오가며 전개된다. 안개 낀 언덕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 도시는 쓸쓸함과 낭만을 함께 품고 있어, 후회와 그리움이 교차하는 이야기의 무대로 잘 어울린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설정은 늙은 자신이 젊은 자신을 만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 장치를 통해 같은 인물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하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어떤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시간 여행이 주는 흥미로움에 더해,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한 호흡으로 엮어 내는 뮈소 특유의 이야기 솜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영화화 정보
이 작품은 2016년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기욤 뮈소의 소설이 세계 최초로 영화화된 사례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홍지영 감독이 연출했고, 2016년 12월 14일에 개봉했다. 현재의 수현은 김윤석이, 과거의 수현은 변요한이 맡아 2인 1역으로 연기했으며, 신예 채서진(김고운)이 두 사람이 사랑한 여인 연아를 연기했다. 김상호, 안세하, 박혜수, 김호정 등도 출연했다. 영화는 한국의 정서를 담아 새롭게 각색되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은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난다는 설정이 원작의 뼈대를 따르면서도 한국적인 색채로 재해석되었다.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즐거움도 있으니, 책을 읽은 뒤 영화를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총평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은 결국 하나였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소설은 이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이 간절하게 매달리는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뮈소가 시간 여행을 단순한 소재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시간 여행은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엘리엇이 되돌아가고자 한 것은 정말 과거의 사건이었을까, 아니면 용기 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었을까. 책장을 넘길수록 후회란 일어난 일 자체보다 그 순간 선택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판타지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또 하나의 매력은 속도감이다. 뮈소의 문장은 간결하고 장면 전환이 빠르며, 짧은 장을 이어 가는 구성 덕분에 부담 없이 읽힌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퍼즐이 맞춰지는 구조는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한다. 『구해줘』, 『종이여자』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작가답게, 대중적인 재미와 감동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느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시간 여행 설정에는 우연과 편의에 기대는 대목이 있어, 논리적인 개연성을 중시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헐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진가는 설정의 정교함이 아니라 감정의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허술함보다 여운이 훨씬 크게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 오래 곱씹은 것은 제목이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는 말은 지나간 시간 속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부탁이자,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간절한 마음처럼 들린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오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선택을 두고 오래 후회해 온 사람, 가볍게 읽히면서도 마음에 남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장을 덮은 뒤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 전화를 한 통 걸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