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이 소설은 정신병원 수리희망병원을 무대로 한다. 스물다섯 동갑내기 청년 두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한 사람은 병원 생활에 순응하며 조용히 지내는 모범환자 이수명이고, 다른 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이곳에 들어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류승민이다. 수명은 스스로를 가두고 숨는 데 익숙한 인물이며, 승민은 갇히는 것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인물이다. 정반대의 두 사람은 같은 병실에서 마주하며 서로를 경계하고 또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승민은 병원의 규칙과 질서를 아랑곳하지 않고 사건을 만들어낸다. 병원 사람들 역시 만만치 않은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어서, 병원은 늘 소란스럽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우며 때로는 뭉클한 사건으로 가득하다. 수명은 승민의 무모한 계획에 휘말리면서 처음에는 마지못해, 나중에는 스스로 마음을 열고 함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저마다 안고 있는 상처와 가족사를 조금씩 드러내며 서로에게 단단히 기대는 사이가 된다. 자세한 결말은 소설을 읽는 분들을 위해 남겨 두겠다.
배경과 설정
『내 심장을 쏴라』는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전 2007년에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바 있으며, 이 작품으로 성인문학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당선 당시 심사평에서는 현장의 생생한 리얼리티와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흡인력이 큰 장점으로 꼽혔다.
소설의 공간인 정신병원은 흔히 어둡고 무겁게 그려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 공간이 한 번 갇히면 쉽게 나갈 수 없는 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려지며, 독자는 환자들의 일상 속에서 오히려 웃음과 온기를 발견하게 된다. 폐쇄된 공간이기에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는 더욱 선명해지고, 병원 밖 세상과의 대비는 더욱 뚜렷해진다.
영화화 정보
이 작품은 2014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2015년 1월 28일 개봉했다. 감독은 문제용이며, 수명 역은 여진구, 승민 역은 이민기가 맡았다. 수간호사 역에는 유오성, 환자 역에는 김정태, 김기천, 신구 등이 출연해 병원 사람들의 개성을 살렸다. 개봉 첫날 6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일일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두 청춘의 우정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풀어낸 만큼, 소설을 읽은 뒤 영상으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총평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남는 감정은 묘한 해방감이다. 이 소설은 정신병원이라는 닫힌 공간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독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은 '갇힌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병원 담장 안에 갇힌 사람만이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수명이 그러했듯 우리는 두려움과 체념,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 만든 한계 속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아간다. 작가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을 승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거침없이 두드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만 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승민의 엉뚱한 탈출 계획과 병원 사람들의 능청스러운 대화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웃음을 짓게 한다. 그런데 그 웃음이 끝나는 자리에 어김없이 먹먹한 울림이 찾아온다. 유쾌함과 쓸쓸함이 한 문장 안에 공존하는 이 균형감각이 바로 정유정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7년의 밤』이나 『종의 기원』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서사의 힘이 이 작품에서는 따뜻한 온도로 발휘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또한 이 소설은 수명과 승민의 관계를 통해 우정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명은 승민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했지만, 승민을 만난 뒤에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고 자신의 인생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를 이 소설은 담담하게 일깨운다. 병원 사람들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이 작품이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제목에 담긴 의미도 읽는 내내 곱씹게 된다. '쏴라'라는 거친 명령형 문장은 폭력적으로 들리지만,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무뎌진 심장을 다시 뛰게 하라는 간절한 외침처럼 읽힌다. 안전한 곳에 웅크린 채 숨죽이고 사는 삶보다 위태롭더라도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삶을 택하라는 말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은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독자에게는 용기를, 청춘을 지나온 독자에게는 잊고 있던 열기를 되살려준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극적이고, 인물들의 감정선이 때로는 과장되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과잉마저 이 소설의 에너지라고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매력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인물들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힘을 증명한다.
삶이 답답하고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시기에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다시 웃게 만드는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심장이 뛰는 쪽으로 걸어가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청춘 소설로서, 『내 심장을 쏴라』는 앞으로도 많은 독자에게 읽힐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