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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줄거리, 작가이야기, 총평

by charlottemj 2026. 9. 4.

 병원이라는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삶이 이어지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이 마무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경계에 놓인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이미 묵직한 질문을 품고 시작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입니다. 제목만 보면 무겁고 서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면 뜻밖의 다정함과 유쾌함이 곳곳에 스며 있는 소설입니다. 줄거리와 배경, 그리고 읽고 난 소감을 정리 해보겠습니다.

 

줄거리

 

 무대는 종합병원 1층의 조그만 매점입니다. 이곳은 누군가는 촌각을 다투며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쉽게 잠들지 못해 밤을 지새우는 공간이자, 삶과 죽음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나희는 이 병원 매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매일 밤마다 이상하리만치 수상한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한 사람, 뜬금없는 물건을 찾는 사람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이들이 나희에게 집요하게 부탁을 건네고, 나희는 이들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채 하나둘 그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손님들이 단순히 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과 맞닿아 있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나희가 들어주는 사소해 보이는 부탁들은 사실 이들이 세상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지막 진심을 대신 전하는 매개체였던 것입니다. 미스터리한 설정 속에서도 이야기는 무겁게 가라앉기보다, 뜻밖의 유쾌함과 따뜻한 온기를 오가며 독자를 서사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입니다.

 

저자 조현선 작가 이야기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종합병원과 장례식장이라는, 일상적이면서도 서늘한 공간을 정면으로 끌어옵니다. 병원이라는 소재는 자칫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흐르기 쉽지만, 조현선 작가는 이 공간을 힐링과 서스펜스가 공존하는 무대로 재해석합니다. 울음이 멈춘 뒤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저마다의 이유로 자리를 지키며 삶과 죽음의 운명을 기다리는 병원의 밤이라는 설정은,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삶을 향한 온기를 길어 올리려는 작가의 시선을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2026년 초 북로망스에서 장편소설로 출간되었으며, 남겨진 마음과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절망보다는 삶의 소중함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점이, 이 소설이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위로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총평

 

 이 소설의 제목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언뜻 호화롭고 성대한 장례 절차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 책이 말하는 '완벽함'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떠나는 이들이 진짜로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고 온전히 이별하는 그 순간 자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나희가 손님들의 부탁을 하나씩 들어주는 과정은 결국 우리 각자가 남겨질 이들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전해주는 과정처럼 읽힙니다.
병원이라는 무거운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절망이 아니라 온기입니다. 미스터리한 설정이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사연이 뭉클한 감동을 더해줍니다. 다만 죽음과 이별이라는 소재 자체가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만큼, 가볍게 읽을 힐링 소설을 기대했다면 감정적으로 여운이 꽤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삶의 무게에 지쳐 있거나,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뜻밖의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 한마디가 어쩌면 가장 완벽한 순간을 만드는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소설은 잔잔하게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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