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도발적인 범죄 모의서처럼 읽힌다. 그러나 미국 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한 소녀가 간절한 마음으로 저지른 서툰 실수를 통해 정직과 책임, 그리고 가족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따뜻한 성장 소설이다.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아동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른이 읽어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울리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줄거리
주인공 조지나 헤이즈는 평범한 열 살 소녀로, 어느 날 갑자기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오래 지내던 집을 잃은 채 낡은 자동차에서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조지나는 이 상황이 부끄러워 학교 친구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홀로 속앓이를 한다.
그러던 중 조지나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 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그 순간 소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계획이 떠오른다. 개를 훔친 뒤 주인이 사례금을 내걸면 개를 찾아 준 척하고 돈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그 돈이면 가족이 다시 집을 구할 수 있으리라 믿은 것이다. 조지나는 공책에 계획을 목록으로 꼼꼼히 적어 내려가며 '완벽한 개 도둑질'을 준비한다. 그러나 현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개를 훔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죄책감과 복잡한 감정을 불러오고, 그 선택의 결과는 소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커져 간다. 이야기는 이 서툰 계획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조지나가 그 끝에서 무엇을 깨닫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배경과 설정
이야기의 무대는 미국의 작은 마을이다. 화려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기에 오히려 인물들의 일상과 감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의 핵심 설정은 열 살 소녀의 시선으로 서술된다는 점이다. 조지나는 어른들이 보기에 엉뚱하고 위험한 결심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이 놓여 있다. 작가는 이 아이를 단죄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보여 주고, 독자가 그 논리를 이해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집을 잃고 차에서 생활하는 가난의 현실도 과장되거나 감상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담담하게 묘사되는데,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영화화 정보
이 작품은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무서운 이야기 2』, 『거울 속으로』를 연출한 김성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집을 잃고 엄마, 동생과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살게 된 열 살 소녀가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구하려고 개를 훔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배경과 인물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옮겼다.
출연진은 소녀 지소 역은 아역배우 이레가, 철부지 엄마 정현 역은 강혜정이 맡았다. 김혜자는 갤러리 레스토랑 마르셀과 개 월리의 주인인 노부인을 연기했는데, 영화 『마더』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였다. 이 밖에 최민수가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노숙자 역으로, 이천희가 노부인의 조카 수영 역으로 출연했고, 이홍기가 지소에게 휘말려 도둑질에 가담하는 피자 배달부 석구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흥행 성적은 아쉬웠지만 평가는 좋았다. 호평에도 상영관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극장 성적은 아쉬웠고, 그 뒤 유명인과 시민들이 자발적 상영회를 이어 가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폴란드 청소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인 황금 염소상 등 3관왕에 올랐고, 인도 국제 어린이영화제에서는 황금 코끼리상을 받았다. 책을 읽은 뒤 영화를 함께 보며 원작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총평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주제를 다루는 작가의 균형 감각이었다. 가난, 가족의 해체, 거짓말과 도둑질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책은 결코 어둡거나 설교조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의 마음속 풍경을 섬세하게 비춘다. 이 균형이야말로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옳고 그름'을 대하는 방식이다. 조지나의 행동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를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지 않는다. 대신 그 잘못이 어떤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보여 준 뒤, 그 결과를 아이가 직접 마주하게 한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과 잘못을 깨닫고 책임지는 것 사이의 거리를 이처럼 부드럽고 설득력 있게 그려 낸 작품은 드물다. 독자는 조지나를 비난하기보다 응원하게 되고, 그래서 그가 내리는 마지막 선택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또한 이 소설은 '완벽한 계획'이라는 제목의 아이러니를 통해 삶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치밀하게 세운 계획도 사람의 마음과 감정 앞에서는 무력하다. 목록으로 적어 둔 단계들이 하나씩 어긋나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어른의 삶 역시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흔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급함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곤 한다. 조지나가 결국 깨닫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가족을 가족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아쉬운 점은 분량이 짧고 전개가 단순해 깊이 있는 서사나 복잡한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힘은 복잡함이 아니라 단순함에서 나온다. 간결한 문장과 솔직한 감정이 오히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어른이라는 점이었다. 조지나가 홀로 계획을 세워야 했던 것도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외로움 때문이었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 곁에 있는 어른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정직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모, 가볍게 읽히면서도 여운이 긴 성장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읽고 나면 서툴지만 간절했던 어린 시절의 어떤 순간이 문득 떠오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한국 영화로 다시 태어나 해외 어린이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가족을 지키려는 아이의 간절함이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는 보편적인 감정임을 보여 준다.